은밀하게 위대하게 출연진
개봉 2013년 6월5일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이현우,손현주
이 영화의 주연은 김수현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에 출연한 출연진 모두가 주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명 한 명 캐릭터가 살아있고 독특해서 인상에 깊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김수현의 실감나는 바보연기
북한 5446 비밀 특수부대 오성조 조장 원류환 역할의 김수현은
남조선으로 단독 출정에 명을 받고 남한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간첩입니다.
최정예 스파이인 그의 임무는 달동네 바보이고 남한에서 이름은 동구인데 "바보 똥꾸"로 부릅니다.
매일 똑같은 초록색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바보 같은 표정이며 불안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잘생긴 배우가 바보 역할을 하니 더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바보 임무를 수행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2인 이상이 보는 앞에서 월 1회 노상에 소변을 보거나 6개월에 1회 노상에 대변을 보는 행동 강령을 하는 연기입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으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수현의 헤헤거리는 바보 표정은 왜 봐도 봐도 좋은 것인지...
바보도 잘 생겨야 봐줄 만한 것 같습니다.
그가 이렇게 남한에서 열심히 조국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바보 임무를 하면서 대기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임무는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북한에게 버려진 것일까요?
그렇게 남한에서 바보 백수 임무를 수행하는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갑니다.
그때 같은 공작원 출신 리해랑(박기웅)이 임무수행을 위해서 남한에 오게됩니다.
그의 임무는 암살 임무가 아닌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여 로커로 위장하라는 것입니다.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엘리트 요원을 가수 지망생이라는 임무로 남한에 보내다니 정말 재미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설정입니다.
북한에서 간첩으로 넘어오면 무엇인가 은밀하고 위대한 임무를 수행할 것만 같은 생각을 뒤집는 그들만의 특별한 임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즐겁게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내가 변할까 봐 두려운 원류환...
처음 위대한 혁명을 마음에 품고 내려온 것과 다르게 2년 동안 남한 생활을 하면서 함께 생활하고 지낸 사람들에게 스며들까 봐 겁이 납니다.
처음엔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했지만 지금은 달동네에 사는 한사람 한사람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그들을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해주는 마음이 생겨나버렸습니다.
동네 어린아이 한 명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에도 온 동네 사람들은 그 아이 한 명을 찾기 위해 함께 찾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정이 많고 따스한 동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동네 사람들에게는 밖에서 똥이나 싸고 매일 넘어지고 바보 같은 행동만 하는 동구지만 그런 동구를 좋아하고 걱정해 주는 그들의 진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도 동구는 북에 있는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티격태격하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해 주고 위해주는 슈퍼집 주인아줌마와 아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빨리 남한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기만 합니다.
남파 특수 공작부대 5446 출신 요원들은 모두 자결하라
북한의 진짜 임무만 기다리고 있는 그들에게 전달된 당의 명령은 전원 자살??
북한과 남한의 정치적인 사이가 좋아지자 5446부대를 해체하고 남은 부대원들을 모두 죽이라는 당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위대한 조국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버릴 수 있도록 훈련받았지만
어머니의 생사 여부만이라도 확인하고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제거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당에서 어머니만 잘 살펴준다면 목숨 따윈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는 각오를 하고 남으로 내려왔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안위가 불확실해지고 말았습니다.
과연 김수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영화의 볼거리
일단 주인공이 김수현이라는 점에서 흥행을 일으킬만합니다.
잘생긴 바보 역할을 하는 김수현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요?
거기다가 다른 배우들도 다들 잘생긴 배우들만 나옵니다.
박기웅 이현우는 잘생기고 진지한 얼굴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때 이현우라는 배우는 사실 잘 몰랐었는데 이 영화 덕분에 확실히 얼굴이 각인되었습니다.
남한에서 간첩으로 지내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줄 때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전원 자결 명령이 떨어지고 동구가 동네에 피해를 줄까 봐 동네를 떠나면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은 그만큼 그 사람들을 마음속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원류환의 진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일만 시키고 자신을 부려먹는 줄만 알았던 슈퍼 주인 전순임에게 받은 방동구 이름으로 된 급여통장엔 우리 둘째 아들 급여, 아들 장가 밑천으로 입금된 내용의 통장을 보게 됩니다.
원류환이 가장 그리워하는 어머니는 북에 있어서 볼 수 없었지만 자신을 둘째 아들이라 생각해 주었던 슈퍼 주인아줌마의 진심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고싶다고 그렇게 살고싶다고 소리치는 김수현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원래 있었던 달동네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고 어머니가 계신 북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할까요?
조국을 버린 결과 그 끝은 죽음뿐???
사실 그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투항하면 살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는데 리해진(이현우)은 조국을 버렸어도 남조선의 개가 될 순 없다고 끝까지 반항하고 결국 총을 맞고 원류환과 건물에서 떨어져 버립니다.
마지막 결말을 갑자기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원류환과 리해진, 리해랑을 죽이러 북에서 내려온 김태원(손현주)은 굉장히 잔인하고 살벌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원류환을 바라보는 김태원의 눈빛은 많이 슬퍼 보였고 그를 죽이려는 행동에서도 망설이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을 죽이지 않고 살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하면서 보았는데 결국은 높은 건물에서 리해진을 껴안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니 너무 허탈하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합니다.
슈퍼집 아줌마가 동구를 생각하며 걸어놓은 가족사진 뒤에 "엄마 아프지 마요"
라고 적어놓은 건 동구였을까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스스로 뛰어내렸고 벽구조물 위로 충격을 흡수하며 떨어졌기에 어쩌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떨어진 후에도 리해진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원류환은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 생각에 눈을 감지 못하는 걸까요?
과연 동구는 죽은 걸까? 아니면 살아있는 걸까?
살아서 어머니를 보러 간 걸까요?
처음 코믹한 장면으로 잘 시작하였으나 급마무리한 듯한 느낌의 액션으로 끝이 나서 조금 아쉬운 감이 듭니다.
주인공 김수현이 바보에서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다시 바보로 돌아간 모습으로 결말을 지어주었다면 마음이 조금 더 따뜻할 것 같았는데 마음이 먹먹합니다.